"AI 디지털교과서, 정말 필요해?" .. 학부모 70% '디지털 과몰입 우려'

 교육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디지털 기기 과의존과 학습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답하면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된 9개 항목 중 대부분에서 부정적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118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16일부터 2월 4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아이들, 더 스마트해진다?" 학부모 68% "디지털 과몰입이 더 걱정"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항목은 ‘디지털 기기 과의존 문제’였다. 학부모의 68.3%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오히려 자녀를 디지털 기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은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업마저 디지털화되면 통제력이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걱정을 드러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학습 효과보다 오히려 게임과 SNS에 빠질까 봐 걱정된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아이들을 더 화면 속에 가두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학교에서도 태블릿만 들여다보면 친구들과 소통할 시간은 더 줄어들 것”, “공부는 아날로그 방식이 더 집중이 잘 된다”, “집중력 높이겠다고 하면서 아이 눈과 건강만 해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 효과도 의문…학습 지도와 소통 모두 ‘글쎄’

AI 디지털교과서가 실제 학습 효과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56%가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교사의 개별 지도에 도움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53.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영어·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에서 수준별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았다. "자녀가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 응답이 36%에 불과했고, 오히려 38.9%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학생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형 공부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 역시 긍정 33.5%, 부정 39.8%로, 긍정보다 부정 의견이 더 많았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항목은 ‘수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였지만, 그조차 긍정 38.4%, 부정 35.7%로 차이가 2.7%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장과 소통 없는 정책 강행' 비판 확산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정을호 의원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반대가 큰데도 교육부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우려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무책임한 강행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도 “교육부는 학부모 의견을 듣기나 하는 건가?”, “학교에서도 화면, 집에서도 화면, 아이들은 언제 쉬라는 거지?”, “기술 발전 좋지만, 아이들 건강과 학습 환경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