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말풍선 왕따 사라질까?" .. 애플, 결국 갤럭시와 문자 벽 허문다

 “아이폰 쓰는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소외감이 든다.”

20대 갤럭시 사용자 김모 씨는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만 초록 말풍선으로 표시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을 때 화질이 뭉개지고, 대화 중 ‘읽음’ 표시도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편을 초래하던 애플의 아이메시지 독점 체제가 드디어 무너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애플이 차세대 메시지 전송 서비스(RCS)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 간에도 대용량 파일 전송과 실시간 채팅 기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300MB 대용량 파일 전송·읽음 표시까지"…아이폰과 갤럭시 장벽 사라진다

RCS는 기존 문자메시지(SMS·MMS)를 대체하는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다. 최대 300MB의 대용량 파일을 문자로 주고받을 수 있으며, 메신저처럼 ‘읽음’과 ‘작성 중’ 표시가 지원된다. 여러 명이 참여하는 그룹 채팅과 보내기 취소, 무료 텍스트 전송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애플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RCS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동통신사와의 협의에 따라 세부 기능과 지원 범위는 변동될 수 있다.

RCS는 이미 갤럭시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기기에는 널리 도입된 기능이다. 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아이메시지라는 독자적 규격을 고수하면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간 문자 송수신 시 1MB 제한과 화질 저하 문제를 방치해왔다.


누리꾼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드디어 아이폰과 갤럭시가 제대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친구랑 사진 주고받을 때 화질 깨지는 문제도 해결되겠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애플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 고립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초록 말풍선은 그대로"…여전히 남는 '디지털 계급' 논란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말풍선 색상 차별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이폰 사용자 간 메시지는 파란색,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보낸 메시지는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이 색상 차별은 청소년 사이에서 ‘디지털 왕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초록 말풍선으로 표시된 친구를 무시하거나 대화에서 소외시키는 사례가 보고됐다. 뉴욕타임스는 “안드로이드 폰의 초록 말풍선은 사이버 폭력의 한 형태로 작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인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서열을 암묵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단톡방에서 초록 말풍선이면 대화에 잘 끼지 못한다”, “아이폰 쓰는 친구들끼리만 따로 채팅방을 만들기도 한다”는 증언이 나온다.


애플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이메시지, 에어드롭과 같은 아이폰만의 생태계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사용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독점 깨졌지만…애플 생태계는 여전히 철옹성"

애플이 RCS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글로벌 규제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아이메시지가 디지털 시장법(DMA)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애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

애플은 지난 세계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RCS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했으며, 구글과 이동통신사의 지속적인 요구와 압박도 애플의 결정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RCS 도입으로 아이폰과 갤럭시 간 문자 장벽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애플은 여전히 자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말풍선 색상, 에어드롭 등 차별적 기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RCS 도입은 기술적 장벽을 허물었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와 디지털 계급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문자 벽이 허물어진 지금, 다음 과제는 디지털 서열화와 기기 차별의 해소라는 점에서 애플의 진정성 있는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