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의 유명 온천 명소에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해 현지와 관광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8일, 후쿠시마 다카유 온천 인근에서 호텔 직원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 사망 원인은 온천 지대에서 발생한 고농도 황화수소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은 평소와 같이 온천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NHK 등 현지 매체는 사망자들이 60대 호텔 지배인과 50~60대 직원 2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이 발견된 지점은 호텔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산길 입구였으며, 사건 당시 현장에서는 치명적인 수준의 황화수소 농도가 측정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후쿠시마 관광업계는 성수기를 맞아 잇따른 예약 취소와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천 명소의 그림자,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
황화수소는 지열 활동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유독성 기체로, 낮은 농도에서는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 메스꺼움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무색무취 상태에서도 위험할 수 있어 환기가 안 되는 환경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도카이 대학 오오바 무 교수는 "활화산과 지열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눈이 녹으며 움푹 파인 지대에 황화수소가 가라앉는 현상이 생긴다"며 "해당 지점은 공기보다 무거운 황화수소가 고여 치명적인 가스 웅덩이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사건 당시 후쿠시마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아침 기준 적설량이 146cm에 달했고, 기온은 영하 7.7도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이던 직원들이 유독가스에 노출된 채 탈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람 목숨보다 온천이 중요해? 누리꾼 분노 폭발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과 한국의 누리꾼들은 안전 관리 소홀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표하고 있다. "사람 목숨보다 온천 수익이 중요한 거냐?", "유독가스 측정 장비도 없이 작업하게 한 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세계적 관광지라더니 안전 불감증 심각하네"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2018년 대만 신베이시 온천 호텔에서 발생했던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와 비교하며, 반복되는 비극의 원인이 관리 부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날 때만 호들갑 떨고, 지나면 또 잊어버리겠지”, “온천 즐기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거냐? 무섭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관광업계 '초비상'…예약 취소 줄이어
한편, 후쿠시마 관광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다카유 온천은 400년 역사의 노천욕 명소로 특히 겨울철 설경과 함께 즐기는 온천욕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본 관광청과 후쿠시마 현 당국은 사고 발생 지점을 포함해 인근 온천 시설 전반에 대해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유지보수 작업 시 유독가스 측정과 보호 장비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속에서 후쿠시마 온천 관광의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