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불씨, '직격탄' .. 트럼프 관세에 케이푸드도 '휘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면서 한국 농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즉각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글로벌 관세 전쟁이 다시 불붙은 것.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30일간 유예됐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통상협정을 지렛대 삼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농업계는 불안감 속에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다음 타깃?"…트럼프의 무차별 관세, 협상카드로 떠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30일 유예하는 대신, 두 국가가 미국의 국경 경비 강화와 마약 유입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전략이 무역 협상의 압박 수단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추가 수입을 막아냈지만, 미국은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 상당 부분 자국의 요구를 관철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국 중 한국은 8위에 올라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는 514억 달러에 달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트럼프가 한국에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누리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옥수수 떠안는 거 아닌가?”, “관세 무기화하는 트럼프식 협상에 한국이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나?”, “농민들만 피해 보는 구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푸드 ‘수출 신화’ 무너질 위기…신시장 전략에도 '빨간불'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은 한국의 케이푸드(K-Food)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미국과 중국이 각각 15억9290만 달러와 15억1260만 달러로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미·중 간 농식품 교역이 위축되면 판로를 잃은 양국의 농산물이 자국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케이푸드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인도·중동·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올해 케이푸드 수출 확대 전략으로 신시장 진출을 내세웠지만, 미·중 농식품이 저가 공세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 한국 농산물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침체·강달러까지 겹쳐 농가 ‘이중고’…정부 대응은 '조용'

국제 경기 침체와 강달러 현상도 농업계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심화되면서 달러 강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11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고착됐고, 이로 인해 비료·사료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가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케이푸드는 한류 등 문화적 요인으로 성장한 만큼, 관세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처 내 ‘트럼프 2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전 대응 없이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움직이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미 관세 전쟁이 시작됐는데, 수출 농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